수험생활 두 달

동이카페에.. 수험생활 두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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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험생활 두 달




어영부영 벌써 두 달이 흘렀네요. 곰곰이 두 달을 정리해보니, 뒤도 안 돌아보고 열심히 공부했다고 말하기엔 부족하고, 그렇다고 설렁설렁 대충 훑어봤다고 말하기엔 살짝 넘치는 감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그럭저럭 남들 할 만큼만 공부했다는 얘긴데, 저처럼 이렇게 어중간하게 공부한 사람은 그간 나름대로 지난했던 수험생활에서 얻을 수 있는 게 별로 없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앞만 보고 달린 사람은 그만큼 공부한 성과가 있어 보람찰 테고, 멀뚱멀뚱 게으름을 피웠던 사람은 때늦었다는 생각에 더 열심히 공부하려 들 테니까요. 저는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회색분자지만, 다시 톺아보니 저 같은 사람이 왠지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이 슬금슬금 머릿속으로 기어들어오네요. 하하. 뭐 남는 게 없다면 이렇게라도 자위합시다. 앞으로 7개월이나 남았으니 말입니다.




노동법

노트 정리하면서 공부하느라 아직 1회독도 못했습니다. 이번 달 중순 정도에 노트 정리가 끝날 듯 보입니다. 지금까지 노동법Ⅰ, Ⅱ 공히 노트 2권씩이 만들어졌으니, 3권 째에서 완결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시 교과서를 보지 않아도 될 정도로 촘촘히 정리를 했으니, 노트 정리가 끝나고 나면 손쉽게 회독 수를 늘릴 수 있겠다고, 별 근거 없는 장밋빛 전망을 내려 봅니다. 으하하.

노트 정리하는 건 사실 별로 문제될 게 없습니다. 동영상 강의를 듣고 쟁점을 파악한 뒤, 선생님이 특히 강조한 부분을 위주로 꾸역꾸역 적어 내려가면 될 일이니까요. 문제는 불안감입니다. 중간 중간 쓰나미처럼 밀려오는 불안감과 싸워야 하는 게 제겐 더 커다란 난관이었습니다. 차라리 남들처럼 회독 수를 늘리는 게 낫지 않을까 하루에도 골백번 고민하게 되더라고요. 하지만 어쨌든 공부 방식은 사람마다 제각각이라는 결론을 내리게 됐습니다. 합격수기가 알려준 공부 방식을 참고할 수 있을지언정, 초중고 10여 년 동안 국영수를 공부하며 익힌 내 공부 방식이 아닌 다음에야 내 것으로 만들 수는 없겠죠.

노동법은 정말 재밌게 공부하고 있습니다. 공부가 짧아서 그런지 몰라도, 이해하기 어려워 쌍욕이 입 밖으로 튀어나오는 부분은 다행히 아직까지 없습니다. 더구나 조금 과장을 보태자면, 노동법은 짝사랑했던 어떤 처자처럼 볼수록 새롭고 신기한 구석이 참 많습니다. 세상에, 일하는 사람을 위해 손수 직조된 이렇게 빽빽하고 오밀조밀한 그물이 있었다니요. 놀랍습니다. 짝짝짝.




인사관리, 경영조직

역시 노트 정리하면서 공부하느라 아직 1회독도 못했습니다. 이 두 과목도 이번 달 중순 정도에 마무리를 지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인사관리, 경영조직 모두 노트 3권씩이 만들어졌고, 4권 째에서 끝을 보겠지요.

이 두 과목은 노트 정리할 생각이 전혀 없었는데, 회독수를 늘린다고 딱히 답이 나올 것 같지 않아 11월 중순에 눈물을 머금고 노트 정리를 마음먹었습니다. 제가 앞서 지적했듯, 개판 5분 전인 조어와 단어와 문장, 그리고 하나마나한 문장을 끝없이 되풀이하고 있는 문단 때문에 피 토하는 작업을 또 시작한 셈이죠. “눈을 부릅뜨고 읽어도 머리에 남지 않는 건 뭥미?” 아마도 그 조악한 서술체계 탓일 겁니다. 부러 노동법처럼 노트 ‘정리’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이해’에 방점을 찍어 그 못 생긴 조어와 단어와 문장과 문단을 힘겹게 들어내고 다듬었습니다. 노트 정리한 걸 보고 있노라면, 갓 태어난 아기를 바라보는 어미의 심정이지만, 그렇다고 이놈이 장차 효자 노릇 할 것 같진 않습니다. 자못 훌륭하다고 정평이 난 서브 노트가 수험시장엔 많이 있잖아요. 뭐 그 놈 또한 교과서를 이리저리 빼다 박은 것이지만.

학창시절, 경영학을 전공한 덕에 인사노무, 경영조직을 한 번씩 들여다 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때도 분명 “뭐 이 따위 게 다 있어? 삐리리~”라고 육두문자를 남발했을 겁니다. 하기 싫은 건 때려죽여도 안 하는 체질이라, 어쩔 수 없이 대충 출석만 하고 시험기간에만 바짝 벼락치기한 기억이 납니다. 그러고 보면 하늘도 참 무심하네요. 다음부턴 쳐다보지도 않을 것 같았던 학문을 또 다시 시험 때문에 손 대고 있으니 말입니다. 제가 그 옛날 진시황이었다면 분서갱유 우선순위는 이 두 과목이었을 겁니다. 재 하나 남김없이 확 불태운 다음에 그래도 남은 재가 있다면 냅다 먹어버렸을지도.




민법

민법총칙, 채권총론까지 1회독 했습니다. 제 수준에서 채권각론까지 나가는 건 무리더라고요. 여기저기서 두 달 동안 왜 1회독 밖에 못했냐는 걱정 어린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설마 또 노트 정리? 그건 아니고요. 굳이 변명하자면, “이해 안 되는 부분을 여러 번 훑느라 그랬어요.”라고 말하고 싶은데, 이를 감안해도 두 달 동안 민법을 다 보지 못했다는 건 수험생으로서 직무유기임이 분명하네요. 네, 그렇습니다. 민법은 두 달 동안 2회독을 계획했지만 가장 차질을 많이 빚은 과목입니다. 사실 민법은 말이죠. “너무 어려워요. 토 나와요. 재미없어요. 하기 싫어 죽겠어요.” 아, 그러니까 결론은 민법 2시간을 공부하느니 차라리 엎드려뻗쳐 2시간을 할 수도 있다는 얘기입니다.

가장 걱정스런 과목입니다. 짜증스런 인사노무, 경영조직과 함께 당당하게 비호감 과목 수위를 다투고 있습니다(노동법 빼고 다 싫어요^^;). 그래서 1차 과목임에도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 2시간씩 공부하기로 새해 계획을 짰는데, 지켜질지 모르겠습니다. 죽이 되나 밥이 되나 언젠가 해야 할 과목, 먼저 맞는 매가 낫다고 하니 울렁증을 참으며 한 자라도 더 봐야겠습니다.




영어

보카바이블 44챕터를 1회독 했습니다. 하루에 5챕터씩 보기로 계획했다가, 첫날 3챕터를 들여다봤고, 그 다음날부턴 겨우 겨우 1챕터씩. 이러면 안 되는데 안 되는데 하면서도, 계속 미련이 남아 전날 공부했던 챕터를 들여다봤기 때문이죠.

단어는 외우는 게 아니라 익히는 거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저는 이 말이 옳다고 봅니다. 그 숱한 단어들을 어느 세월에 하나하나 다 외우겠습니까. 그날 분량을 하나하나 다 외운다고 해도 며칠 후면 새까맣게 잊어버리고 말죠. 눈에 익혀서 반복학습을 하는 게 훨씬 빨리 외우는 지름길이 아닐까 합니다. 요놈도 계획에서 벗어난 셈이지만, 크게 걱정하진 않으려 합니다.




내일부터 GS강의를 들으러 아침부터 신림동으로 행차합니다. 고된 통학길이 불 보듯 빤하지만 어쩌겠습니까. 저보다 훨씬 더 어렵게 공부하시는 분들이 수두룩한데, 감히 툴툴거릴 수 있나요. 기축년 새해입니다. 이곳을 드나드는 모든 수험생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그리고 그 기운으로 마음 다잡아 꼭 건승하시길 바랍니다!


by 그냥 | 2009/01/03 00:22 | 골방수험일기 | 트랙백 | 덧글(0)

변변찮은 이유

동이카페에.. 노무사 시험을 준비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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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변찮은 이유



요즘 친구들에게 노무사 시험을 준비하는 이유에 대해 밝힐 기회가 제가끔 있습니다. “노무사, 그거 먹는 거야?”라고 우스개 소리하는 녀석에겐 노사관계 조정자라고 운을 떼며 구구절절이 레퍼토리를 읊고, 노무사라는 직업 자체에 진지하게 호기심이 인 녀석에겐 그저 먹고 살만한 직업 같다고 넌지시 얘기해주곤 하죠. 답변 태도가 뒤바뀐 게 아니냐고 생각하실지 모르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노무사가 되면 그럭저럭 입에 풀칠할 순 있겠다는 생각에서 저는 이 바닥으로 은근슬쩍 흘러들어 왔거든요. 다시 말해 제가 노무사를 공부하는 일차적인 이유는 딱히 노무사 외에 더 나은 밥벌이 수단을 찾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노사관계 조정자라니요, 제 사전에 그런 허울 좋은 말은 없습니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다? 세상에 이렇게 무책임한 말도 없습니다. 실패는 실패일 뿐입니다. 제가 몇 년간 기를 쓰고도 결국 성공의 기쁨을 맛보지 못한 건, 두 가지 이유일 겁니다. 그 직업이 적성에 맞지 않았거나, 아니면 더럽게 운이 없었거나. 이유가 어쨌든(이제는 궁금하지도 않은 그 불합격 사유) 저는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내일 모레면 계란 한판 나이가 되는, 그러니까 이제는 밥벌이할 나이가 한참 지난 백수의 입장에서 여전히 사람 노릇을 못하고 있다는 자괴감은 때때로 생의 존재 이유를 송두리째 부정하곤 하더군요. 조금 과격한가요? 하지만 무산계급의 정체성을 공유하고 있는 서민에겐, 무엇보다 먹고 사는 문제가 삶의 어젠더임엔 틀림없을 겁니다.



실패했다고 질질 짤 시간도 없어 바로 취업사이트에 가입해 이곳저곳을 알아봤습니다. 세상에, 몇 시간이 안 돼 숨이 턱 막히더라고요. 중고등학교 때 풀던 수학문제를 잠시라도 들여다봐야 겨우 적성검사라는 장벽을 넘을 수 있다네요. 대중 앞에서 썰을 풀 수 있는 말주변이라곤 쥐뿔도 없는데 PT면접도 통과해야 한답니다. 더구나 마지막 임원면접에서 영어회화 면접이 암약하고 있다는 소릴 듣곤 까무러칠 뻔 했습니다.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다들 그런 지난한 과정을 밟고 취직하고 있는데, 저만 용가리 통뼈 행세를 할 수도 없고. 툴툴된다고 상황이 나아질 게 없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제 자신이 잘 알고 있었습니다. 부러 제 앞에 섹시하게 깔린, 갈림길 없는 고속도로를 타고 일방통행 하는 수밖에 달리 방법이 있겠습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로 인해 고속도로에선 종종 탈선 사고가 벌어지나 봅니다. “노동조합이 과연 필요할까요?” “근로조건 개선을 위해 때에 따라 필요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치적 꼼수라곤 털끝만큼도 없는 어느 지원자는 임원이 요구하는 ‘정답’을 말하지 못한 탓에, 임원면접 전까지 최고점수를 받았음에도 그만 불합격하고 말았습니다. 임원의 그 천박한 인식은 둘째 치고, 어쩔 수 없이 개인은 조직의 부속품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이 번뜩 들더군요. 그렇다고 순진하게 조직 없는 유토피아를 바라는 건 아닙니다. 다만 나를 ‘인적 자원’으로 바라보는 조직의 그 따가운 시선에 내 한 몸을 맡길 수 있느냐, 이건 또 별개의 문제 같습니다. 물론 인사관리에서 배운 바대로 개인과 조직의 성장을 일치시켜 삶의 의미를 찾는 사람도 있겠지만, 저는 자꾸 ‘모던 타임즈’의 찰리채플린이 떠올라 고개를 절레절레 젓게 되더라고요. 컨베이어 벨트의 부속품이 돼 기계가 나인지 내가 기계인지 도통 감을 못 잡던 그 처량한 찰리채플린이. 오로지 취직이란 이정표만 덩그러니 놓인 고속도로에서 슬며시 탈선을 감행하게 된 건 그래서였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어디서 먹다 버려 이 바닥으로 흘러들어 온 개뼈다귀 하나가 살짝 실례를 했습니다. 노사관계 조정자가 되겠다는 포부를 가졌거나, 나아가 초심님처럼 노무사가 사회적 약자를 돕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여겼던 분들에게 제가 변변찮은 이유를 들어 찬물을 끼얹은 셈이니까요. 조직의 일원이 되기 싫다는 다소간 철없는 욕망, 어떡해서든 밥벌이 수단을 찾아보려는 생존 욕구는 아무리 같잖은 변명을 들이대도 겨우 매슬로우의 저차원적 욕구일 뿐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노동조합이 필요 없다고 여기는 임원처럼 제 인식이 그렇게 천박한 건 아닙니다. 변변찮은 이유를 들어 노무사 시험에 도전하는 셈이지만, 저는 정치적으로 올바른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도 있습니다. 아마도 그 마음은 단지 무산계급으로써의 동류의식에서 나온 싸구려 연민 수준은 아닐 겁니다. 견결한 사회주의자는 아니지만, 응당 사회적 약자가 더 살만해져야 한다는 상식 정도는 갖고 있거든요.



그래서 변변찮은 이유지만, 쌍욕을 하면서도 이렇게 노무사 시험을 준비하고 있네요. ㅎㅎㅎ

by 그냥 | 2008/12/15 01:00 | 골방수험일기 | 트랙백 | 덧글(1)

수험생활 한 달을 뒤돌아보며


수험생활 한 달을 뒤돌아보며 동이카페에 올린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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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머리가 아파 잠을 깼습니다. 엊그제 추운 바람을 맞으며 결혼식에 다녀왔는데, 아무래도 그 후유증일 테죠. 지금 당장이라도 머리가 빵 터져버릴 것 같은데, 마침 타이레놀이 없네요. 이리저리 뒤척이다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컴퓨터 앞에 앉았습니다. 할 게 뭐 있겠습니까. 이참에 쉴 새 없이 달려온 수험생활 한 달을 각 과목별로 정리해봤습니다.




노동법

일말의 수사를 찾아볼 수 없는, 건조하고 투박한 문장이 노동법을 뒤덮고 있습니다. 노동법에서 형용사와 부사는 제 본분을 망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꾸며주지 않고, 그저 부연할 뿐이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법을 처음 대하는 초심자에게 노동법은 딱딱하고 묵직하게 다가오는 탓에 때때로 머리를 갸웃하게 만듭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노동법만큼 따뜻한 책도 없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위압적인 인상으로 좀체 사람들의 접근을 허용하지 않을 듯 보여도, 노동으로 축 처진 사람들의 어깨를 어루만져주는 유일한 보루가 노동법이기 때문입니다. 노동법이 호기롭게 근대민법의 기본원리인 사적자치의 원칙을 제한하지 않았더라면 아마도 이 땅엔 숱한 전태일이 아직까지 양산되고 있었을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꼭 노동법이 온정주의에 함몰돼 있느냐, 그렇지는 않은 듯 보입니다. 무조건 노동을 보듬는 게 아니라, 합리와 선의의 잣대로 최대한 엄밀한 판단을 내리려는 흔적이 곳곳에서 보이는 탓입니다. 노동법을 공부한 지 겨우 한 달 밖에 안됐지만, 덕분에 감정적인 편향이 다소간 씻겨 내려간 느낌입니다. 그동안 어쭙잖게 쌓아온 노동 관련 상식도 구체적으로 체계화되는 기회를 얻었고요.

동강을 들은 후 꼭 필기를 합니다. 필기를 하면서 이해를 하고 정리를 하거든요. 비록 따분하고 지루한 방법이긴 해도, 그리고 속절없이 시간을 잡아먹는 ‘불안한’ 방법이긴 해도, 무턱대고 회독수를 늘리는 방법보다 낫다고 봅니다. 일단 저 같은 왕초보에겐 노동법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물론 전체적인 체계를 잡기 위해 노동법을 몇 번이고 반복해 읽는 일도 분명 가까운 미래에 허겁지겁 거쳐야하는 과정일 겁니다.




인사관리, 경영조직

군더더기 표현이 넘실대는 혹은 주어와 서술어가 불일치한 조악한 문장이 떠들썩하게 잔치를 벌이고 있습니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고 했던가요. 우리가 읽어 내려가야 할 기본서의 분량에 비해 그 알맹이가 적이 부족하다는 얘기입니다. 물론 반평생 인사관리와 경영조직이라는 학문에 뼈를 묻은 학자들의 노고를 폄하할 의도는 없습니다. 하지만 감히 단언컨대 인사관리와 경영조직 곳곳에 깔린 그 성긴 문장들을 죄 들어내 손을 본다면, 우리가 공부해야 할 기본서의 분량은 상당히 줄어들 것이라 확신합니다.

“아무리 읽어도 공부한 게 머릿속에 남아 있지 않아요.” 인사관리, 경영조직에 대한 수험생들의 일반적 평이 이렇게 한가지인 이유가 다른 데 있지 않을 겁니다. 정의를 내리고 개념을 설명하는 대목에서, 한국인의 언어생활에 비춰봤을 때 읽어주기 심히 불편한 조어법을 거리낌 없이 사용하는가 하면, 군더더기 표현이 가득한 문장이 몇 군데만 수정된 채 이리저리 뒤바뀌며 한 문단을 이루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인사관리와 경영조직 수험서를 들출 때, 더러 짜증이 나고 심하면 육두문자가 튀어나오곤 하는 것이겠죠(저는 그렇습니다).

그래서 인사관리와 경영조직에 한해서 필기는 필수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 또한 그 거친 문장들을 하나하나 들어내고 수정하며 새로 책(?)을 쓰고 있습니다. 그렇게 고생하며 제 언어로 정리한 공책을 무슨 비기 읽듯 진지하게 들여다보면, 적어도 뜬구름 잡는다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게 옳은 방법인지는 자신하지 못하겠습니다. 필기가 필수라는 생각도 어디까지나 제 주관일 뿐이겠죠. 어쩌면 회독수를 늘리면서 인사관리와 경영조직의 전체적 지도를 그려나가는 게 빠른 방법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손가락이 아플 때 제가끔 해봅니다.




민법

민법을 공부할 때, 영어의 문법체계가 사뭇 부러워지곤 합니다. 영어 법서가 어떻게 생겨먹은 지 구경도 못해봤지만, 적어도 영어 법서에선 서술어가 주어 뒤에 바로 튀어나올 테니 문맥을 이해하기가 한국어 법서보다 한결 수월할 테죠. 고구마 줄기 엮듯 문장을 이어나가다가 한 문단이 끝나갈 즈음, 비로소 문맥 전체를 이해하는 키워드를 슬쩍 내비치는 게 우리나라 법서의 고유한 서술방식인 것 같습니다. 참 더럽죠. 하핫.

게다가 한자어로 된 개념이 여기저기서 판치고 있습니다. 신문에서 늘 보던 쉬운 한자어도 아닌지라 눈치껏 문맥으로 파악하는 수밖에 달리 방법이 없습니다. 포스트잇으로 결국 이해하지 못한 한자어로 된 개념을 적어놓았는데, 제 책상 한 쪽을 그 포스트잇이 뒤덮고 있으니 말 다했죠. 네이버 사전을 검색해도, 지식인에 물어봐도 쉽게 답이 안 나오니(좀 귀찮기도 하고), 잘 챙겨뒀다가 사시 공부하는 친구 놈한테 물어봐야겠습니다.

그래서 제게 민법은 가장 어려운 과목입니다. 한 문단을 이해하기 위해서 두세 번 읽는 건 기본이고, 그렇게 용을 써도 결국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제가끔 있거든요. 그럴 때면 마음 한구석이 찝찝해 넘어가기가 죽도록 싫은데, 계획상 진도는 나가야겠고, 진도를 뺄수록 찝찝한 기분은 더해만 가고, 아주 진퇴양난입니다. 이렇게 이해하기 어렵고 분량도 상당한 민법을 필기해서 정리하겠다는 생각은 애초에 엄두가 나지 않았고, 그래서 할 수 없이 회독수를 늘리는 방식을 선택했습니다. 그런데 어쩌죠. 아무리 읽어도 아직 까막눈입니다.




영어

현재로선 어휘만 외우고 있습니다. 저도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요. 방금 전에 본 단어도 가물가물합니다. 물론 엄살이고요. 저보다 나이 많은 분들이 이 카페에 수두룩할 텐데 당치도 않은 얘기죠. 그런데 졸음은 정말 고역입니다. 민법은 이해하긴 어렵지만 그래도 머리 굴릴 일이 있으니 점심 먹고 공부할 때 외엔 눈꺼풀이 감기진 않습니다. 하지만 어휘 외울 때만큼은 유별나게도 우기를 맞은 세렌게티 초원에 비가 쏟아지듯 졸음이 쏟아지곤 합니다. 어쩌죠. 정신이 들면 어휘 책에 침이 한 가득 고여 있습니다(농담이고요).




경제학

계획상 아직 손도 대지 않았습니다. 학창시절에 시험 대비로 정병열 경제학을 나름대로 재밌게 공부한 적이 있는데, 나중에 그때 기억이 새록새록 솟아난다면 더 바랄 게 없을 것 같네요.




이제 겨우 수험 생활 한 달째입니다. 그렇게 머리가 좋은 편이 아닌지라, 불안감을 덜 요량으로 의자에 앉아 있는 시간을 무턱대고 늘리고 있는데, 썩 좋은 방법 같지는 않습니다. 질보다 양이라는 식으로 공부하게 되면, 어쩔 수 없이 머리가 늘어지게 돼 효율이 붙지 않거든요. 다음부턴 한 시간을 하더라도 집중력 있게 공부해야겠습니다. 다들 열심히 합시다!


by 그냥 | 2008/12/04 03:48 | 골방수험일기 | 트랙백 | 덧글(0)

학원 관계자 여러분, 자본주의 시장경제 모르십니까?

불리한 정보에 대해 왈가왈부하지 말라는 고시학원에 한 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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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초 동구권과 소련이 무너지면서 사회주의는 역사의 뒤안길로 뉘엿뉘엿 사그라들었습니다. 비록 사회주의권 나라들이 마르크스가 말한 역사의 발전 과정을 그대로 밟아나간 건 아니었지만, 개인의 사적 욕망을 모르쇠 한 사회주의 체제가 근본적 결함을 지녔다는 데에 동의하지 못할 사람은 현 시점에선 없을 듯 보입니다. 물론 작금의 미국발 세계금융위기를 통해 자본주의(혹은 신자유주의) 역시 만능이 아니라는 사실이 만천하에 밝혀졌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너 자본주가 좋은 거 같니, 사회주의가 좋은 거 같니?"라는 질문에 머리를 갸웃할 사람은 없을 테죠.

 

자본주의 매커니즘 하에선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이 숱한 개인들의 욕망을 충족시키는 동시에 시장에서 최적의 효율을 달성할 수 있도록 한다,고 아마도 맨큐의 경제학이나 이준구 경제학 서론 어디쯤엔가 나올 겁니다. 우리는 이 사실을 대체로 수긍합니다. 생산자는 될 수 있으면 적은 비용으로 양질의 상품과 서비스를 시장에 내놓으려 하고, 소비자는 시장에서 생산자가 내놓은 상품과 서비스를 이리저리 따져보며 자신에게 가장 이로운 선택을 합니다. 이러한 피드백 과정을 거쳐 이전보다 최적의 효율로 양질의 상품과 서비스가 생산됨으로써 생산자와 소비자 공히 이익을 얻는 것이겠죠.

 

서론이 길었습니다. 누구나 다 아는 자본주의 시장경제 매커니즘을 이렇게 구구절절하게 써내려 간 이유는 동이카페에 왠지 이 거대한 역사의 흐름(!)을 거부하는 몇 몇 사람이 있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입니다. 거두절미하고. 왜 학원과 강사에 대한 평가가 있어선 안 되는지 따져 묻고 싶습니다. 이 곳은 공인노무사를 준비하는 사람들의 친목카페입니다. 서로 공부 방법에 대해 조언을 건네기도 하고, 더러 학원 강의와 교재에 대한 정보를 주고 받기도 하는 곳입니다. 즉, 시장에 나온 상품과 서비스에 대해 얘기할 수도 있다는 얘기일진데, 아니 그게 뭐 잘못된 일입니까? 학원의 고소고발을 염려하는 어떤 분들의 우려스런 목소리도 있는데, 이는 그분들의 염려처럼 그렇게 민감한 문제도 못 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평소에도 상품과 서비스의 호오에 대해 정보를 주고 받습니다. 인터넷 매장에서 점찍어 놓은 MP3 플레이어가 있었는데, 내구성이 약하다는 친구의 의견을 듣고 구매 의사를 접기도 합니다. 반대로 MP3 플레이어를 살 마음이 전혀 없었는데, 이퀄라이저 기능이 탁월하다는 친구의 얘기에 솔깃해 지름신이 강림하기도 합니다. MP3 플레이어 회사가 이 두 사람 사이의 대화를 졸졸 따라다니며 감시하면서 후자의 경우만 되고, 전자의 경우는 안 된다고 윽박지르면 얼마나 웃긴 일입니까? 오프라인과 온라인은 상황이 다르지 않냐고, 혹자가 얘기한다면 개명한 21세기를 이해하지 못하는 원시인일 겁니다.

 

아, 물론 온라인에서 다소 예민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바로 잘못된 정보가 유통되는 경우일 텐데, 그 피해는 오프라인의 그것에 비할 바 못 됩니다. 그 피해가 거의 무차별적이라 한 기업의 흥망성쇠가 좌우되기도 하는 것 같더군요. 예컨대, 촛불시위 정국에서 한 라면 회사가 애꿎게 피해를 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우리가 유의할 지점은 바로 이 대목입니다. 잘못된 정보를 악의를 품고 유통해선 안 된다는 얘기겠죠. 하나 그 잘못된 정보가 선의에 의해(법 공부한 티 나나요?), 단지 우리가 의견을 주고 받는 과정에서 유통됐다면 상당 부분 그 책임을 덜 수 있을 것입니다.

 

학원 관계자는 아마 우리가 해당 학원에 대해 조금이라도 불리한 정보를 발설하면 잘못된 정보라고 우기면서 법을 무기로 위협하려고 할 테지만, 의견을 주고 받을 때 어디 명백한 팩트만 주고 받을 수야 있겠습니까? 학원 관계자 여러분은 제발 잘못된 전제(학원에 피해를 주기 위해 잘못된 정보를 유통시킨다?)를 깔고 법 운운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단지 보이지 않는 손의 명령대로 선의에 의해 의견을 주고 받을 뿐이니 말입니다.

이 글 보시는 모든 분들, 건승하시길 바랍니다!

 

덧붙여,

내년 초부터 GS강의를 들어야 할 텐데, 정보가 많이 부족합니다. 고수분들은 학원과 강사에 대한 냉정한 평가 좀 내려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될 수 있으면 다른 분들이 모두 볼 수 있도록, 쪽지로 보내주시지 마시고 밑에 댓글 달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장난이 아니라 진심입니다.

by 그냥 | 2008/11/26 01:51 | 골방수험일기 | 트랙백 | 덧글(1)

만국의 노동자가 단결하는 법 (공산당 선언, 강유원)

 

『공산당 선언』, 강유원 (0609)


동트는 새벽 밝아오면 붉은 태양 솟아온다. 피맺힌 가슴 분노가 되어 거대한 파도가 되었다. 백골단 구사대 몰아쳐도 꺾어 버리고 하나 되어 나간다. 노동자는 노동자다. 살아 움직이며 실천하는 진짜 노동자. 너희는 조금씩 갉아 먹지만 우리는 한꺼번에 되찾으리라. 아~ 우리의 길은 힘찬 단결투쟁뿐이다.

                                                                                                                        - 단결투쟁가 -


  새내기 시절, 멋모르고 선배 손에 이끌려 집회에 참가한 적이 있다. 그리고 단결투쟁가를 불렀다. “살아 움직이며 실천하는 진짜 노동자~” 무슨 생각으로 목청을 돋우며 ‘팔뚝질’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당시를 회고해보면 난 대학생이 되어서도 여전히 세상물정 모르는 어린애였던 것 같다. 세상의 진보는 얼어 죽을, 노동자와의 연대는 그저 흰 소리. 대학생들이 노동자 옆에서 ‘팔뚝질’을 하는 게 도움이 된다니 그냥 그러려니 했을 뿐이다. 사실 도로를 점거하고 팔뚝질을 하는 게 젊은이의 치기 어린 생각엔 멋져 보인 부분도 있었다. 그래서였을까. 머리가 조금 커진 뒤, 난 어느새 ‘팔뚝질’을 아직 철이 덜 든 사람이나 하는 행위로 치부하게 됐다.

  하나 조직으로부터 한 달 월급을 받고 생활하는 모든 사람은 노동자란다. 요즘 세상에 어디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부러 내 생각은 틀렸다. 아직 철이 덜 든 사람이나 ‘팔뚝질’을 하는 게 아니다. 생산수단을 소유한 자본가 외엔 모두 팔뚝질을 해야 한다. 이렇게 자신을 노동자로 인식하는 일, 자본주의의 작동 원리를 이해하기 위한 출발점이다. 내가 사회에서 어떤 신분으로 어떤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지 알아야 어떻게 세상이 돌아가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법이니까.

  화이트칼라와 블루칼라의 구분이 무의미하다는 구절이 생각난다. 난 4년제 대학을 졸업했으니 아무래도 양복을 입고 사무실에서 컴퓨터 자판을 두드릴 가능성이 높을 게다. 다행히도 화이트칼라에 속할 테니 가슴을 쓸어내려도 되는 걸까? 어림도 없다. 블루칼라로 명명된 사람들이 작업복 입고 공장에서 스패너로 나사를 조이긴 하지만, 그래서 화이트칼라에 비해서 더 ‘저급’해 보이긴 하지만, 화이트칼라나 블루칼라나 위로부터 한 달 ‘녹봉’을 타먹긴 마찬가지다. 다 같이 노동자란 얘기다.

  화이트칼라와 블루칼라, 즉 노동자와 구분되는 사람은 자본가다. 생산수단을 소유한 사람. 쉽게 말해 공장의 대지와 자동화 기계, 컴퓨터와 각종 소모품을 제 돈 들이고 갖고 있는 사람 말이다. 우리는 이 자본가가 수익을 낼 수 있도록 자본가의 집기를 빌려 자본가의 일을 대행한다.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피땀을 흘리며 말이다. 하나 자본가를 위해 열심히 일한 결과는 참혹하기만 하다. 노동자가 혼신의 힘을 다해 ‘한계’ 생산성을 달성하면, 자본가는 더 세련되고 효율적인 기계를 들여놓거나 아예 값싼 노동력이 있는 해외로 공장을 이전함으로써 노동자의 자리를 없애기 때문이다. 그 편이 한계 생산성을 달성한 노동자를 무리하게 쥐어짜는 것보다 자본가가 제 배를 불리기에 더 낫다.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라는 말을 곱씹어 봐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자본가는 자본 축적을 위해 국경을 넘나들며 시장을 개척한다. 다행히 아직 미개발된 시장의 사람들은 자본가로 인해 ‘파이’를 나눠 먹을 수 있다. 자본가가 그간 배를 곪던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입에 풀칠 할 수 있는 돈을 쥐어주는 탓이다. 하지만 시장의 ‘레드오션’은 피할 수 없다. 노동자의 업무를 효율적으로 배치하고 첨단 기계를 들여오는 등 생산성 향상을 통해 수익을 높이려 해도 어느 순간 한계가 찾아오는 법이다. 그럴 때 자본가의 다음 행동은 불 보듯 뻔하다. 시장을 버리고 미 개척된 다른 시장을 찾아나서는 일. 다시 말해, 한계 생산성에 도달한 노동자는 일자리가 없어져 배를 곪게 되는 처음의 상황으로 되돌아가게 된다는 소리다.

  이에 맞서 만국의 노동자가 단결해야 할 텐데, 노동자는 구체적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혁명의 길은 가망 없어 보인다. 적어도 노동자의 봉기를 통해 자본주의 체제가 무너지는 풍경은 머릿속에 쉽사리 떠오르지 않는다. 먼저 자본주의의 생리를 파악하고 자본가를 제외한 대다수 사람들이 자신이 노동자임을 인식하는 게 ‘단결’의 첫걸음이 아닐까 싶다. 단결의 공간은 헐겁지만, 이미 마련돼 있다고 본다. 진보신당 말이다. 진보신당에 한 표를 건네는 게 자신을 노동자로 인식한 사람들의 민의를 모아 ‘단결’하는 길 아닐까.

by 그냥 | 2008/11/15 00:50 | 행복한책읽기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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