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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험생활 두 달
어영부영 벌써 두 달이 흘렀네요. 곰곰이 두 달을 정리해보니, 뒤도 안 돌아보고 열심히 공부했다고 말하기엔 부족하고, 그렇다고 설렁설렁 대충 훑어봤다고 말하기엔 살짝 넘치는 감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그럭저럭 남들 할 만큼만 공부했다는 얘긴데, 저처럼 이렇게 어중간하게 공부한 사람은 그간 나름대로 지난했던 수험생활에서 얻을 수 있는 게 별로 없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앞만 보고 달린 사람은 그만큼 공부한 성과가 있어 보람찰 테고, 멀뚱멀뚱 게으름을 피웠던 사람은 때늦었다는 생각에 더 열심히 공부하려 들 테니까요. 저는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회색분자지만, 다시 톺아보니 저 같은 사람이 왠지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이 슬금슬금 머릿속으로 기어들어오네요. 하하. 뭐 남는 게 없다면 이렇게라도 자위합시다. 앞으로 7개월이나 남았으니 말입니다.
노동법
노트 정리하면서 공부하느라 아직 1회독도 못했습니다. 이번 달 중순 정도에 노트 정리가 끝날 듯 보입니다. 지금까지 노동법Ⅰ, Ⅱ 공히 노트 2권씩이 만들어졌으니, 3권 째에서 완결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시 교과서를 보지 않아도 될 정도로 촘촘히 정리를 했으니, 노트 정리가 끝나고 나면 손쉽게 회독 수를 늘릴 수 있겠다고, 별 근거 없는 장밋빛 전망을 내려 봅니다. 으하하.
노트 정리하는 건 사실 별로 문제될 게 없습니다. 동영상 강의를 듣고 쟁점을 파악한 뒤, 선생님이 특히 강조한 부분을 위주로 꾸역꾸역 적어 내려가면 될 일이니까요. 문제는 불안감입니다. 중간 중간 쓰나미처럼 밀려오는 불안감과 싸워야 하는 게 제겐 더 커다란 난관이었습니다. 차라리 남들처럼 회독 수를 늘리는 게 낫지 않을까 하루에도 골백번 고민하게 되더라고요. 하지만 어쨌든 공부 방식은 사람마다 제각각이라는 결론을 내리게 됐습니다. 합격수기가 알려준 공부 방식을 참고할 수 있을지언정, 초중고 10여 년 동안 국영수를 공부하며 익힌 내 공부 방식이 아닌 다음에야 내 것으로 만들 수는 없겠죠.
노동법은 정말 재밌게 공부하고 있습니다. 공부가 짧아서 그런지 몰라도, 이해하기 어려워 쌍욕이 입 밖으로 튀어나오는 부분은 다행히 아직까지 없습니다. 더구나 조금 과장을 보태자면, 노동법은 짝사랑했던 어떤 처자처럼 볼수록 새롭고 신기한 구석이 참 많습니다. 세상에, 일하는 사람을 위해 손수 직조된 이렇게 빽빽하고 오밀조밀한 그물이 있었다니요. 놀랍습니다. 짝짝짝.
인사관리, 경영조직
역시 노트 정리하면서 공부하느라 아직 1회독도 못했습니다. 이 두 과목도 이번 달 중순 정도에 마무리를 지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인사관리, 경영조직 모두 노트 3권씩이 만들어졌고, 4권 째에서 끝을 보겠지요.
이 두 과목은 노트 정리할 생각이 전혀 없었는데, 회독수를 늘린다고 딱히 답이 나올 것 같지 않아 11월 중순에 눈물을 머금고 노트 정리를 마음먹었습니다. 제가 앞서 지적했듯, 개판 5분 전인 조어와 단어와 문장, 그리고 하나마나한 문장을 끝없이 되풀이하고 있는 문단 때문에 피 토하는 작업을 또 시작한 셈이죠. “눈을 부릅뜨고 읽어도 머리에 남지 않는 건 뭥미?” 아마도 그 조악한 서술체계 탓일 겁니다. 부러 노동법처럼 노트 ‘정리’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이해’에 방점을 찍어 그 못 생긴 조어와 단어와 문장과 문단을 힘겹게 들어내고 다듬었습니다. 노트 정리한 걸 보고 있노라면, 갓 태어난 아기를 바라보는 어미의 심정이지만, 그렇다고 이놈이 장차 효자 노릇 할 것 같진 않습니다. 자못 훌륭하다고 정평이 난 서브 노트가 수험시장엔 많이 있잖아요. 뭐 그 놈 또한 교과서를 이리저리 빼다 박은 것이지만.
학창시절, 경영학을 전공한 덕에 인사노무, 경영조직을 한 번씩 들여다 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때도 분명 “뭐 이 따위 게 다 있어? 삐리리~”라고 육두문자를 남발했을 겁니다. 하기 싫은 건 때려죽여도 안 하는 체질이라, 어쩔 수 없이 대충 출석만 하고 시험기간에만 바짝 벼락치기한 기억이 납니다. 그러고 보면 하늘도 참 무심하네요. 다음부턴 쳐다보지도 않을 것 같았던 학문을 또 다시 시험 때문에 손 대고 있으니 말입니다. 제가 그 옛날 진시황이었다면 분서갱유 우선순위는 이 두 과목이었을 겁니다. 재 하나 남김없이 확 불태운 다음에 그래도 남은 재가 있다면 냅다 먹어버렸을지도.
민법
민법총칙, 채권총론까지 1회독 했습니다. 제 수준에서 채권각론까지 나가는 건 무리더라고요. 여기저기서 두 달 동안 왜 1회독 밖에 못했냐는 걱정 어린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설마 또 노트 정리? 그건 아니고요. 굳이 변명하자면, “이해 안 되는 부분을 여러 번 훑느라 그랬어요.”라고 말하고 싶은데, 이를 감안해도 두 달 동안 민법을 다 보지 못했다는 건 수험생으로서 직무유기임이 분명하네요. 네, 그렇습니다. 민법은 두 달 동안 2회독을 계획했지만 가장 차질을 많이 빚은 과목입니다. 사실 민법은 말이죠. “너무 어려워요. 토 나와요. 재미없어요. 하기 싫어 죽겠어요.” 아, 그러니까 결론은 민법 2시간을 공부하느니 차라리 엎드려뻗쳐 2시간을 할 수도 있다는 얘기입니다.
가장 걱정스런 과목입니다. 짜증스런 인사노무, 경영조직과 함께 당당하게 비호감 과목 수위를 다투고 있습니다(노동법 빼고 다 싫어요^^;). 그래서 1차 과목임에도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 2시간씩 공부하기로 새해 계획을 짰는데, 지켜질지 모르겠습니다. 죽이 되나 밥이 되나 언젠가 해야 할 과목, 먼저 맞는 매가 낫다고 하니 울렁증을 참으며 한 자라도 더 봐야겠습니다.
영어
보카바이블 44챕터를 1회독 했습니다. 하루에 5챕터씩 보기로 계획했다가, 첫날 3챕터를 들여다봤고, 그 다음날부턴 겨우 겨우 1챕터씩. 이러면 안 되는데 안 되는데 하면서도, 계속 미련이 남아 전날 공부했던 챕터를 들여다봤기 때문이죠.
단어는 외우는 게 아니라 익히는 거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저는 이 말이 옳다고 봅니다. 그 숱한 단어들을 어느 세월에 하나하나 다 외우겠습니까. 그날 분량을 하나하나 다 외운다고 해도 며칠 후면 새까맣게 잊어버리고 말죠. 눈에 익혀서 반복학습을 하는 게 훨씬 빨리 외우는 지름길이 아닐까 합니다. 요놈도 계획에서 벗어난 셈이지만, 크게 걱정하진 않으려 합니다.
내일부터 GS강의를 들으러 아침부터 신림동으로 행차합니다. 고된 통학길이 불 보듯 빤하지만 어쩌겠습니까. 저보다 훨씬 더 어렵게 공부하시는 분들이 수두룩한데, 감히 툴툴거릴 수 있나요. 기축년 새해입니다. 이곳을 드나드는 모든 수험생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그리고 그 기운으로 마음 다잡아 꼭 건승하시길 바랍니다!
# by | 2009/01/03 00:22 | 골방수험일기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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