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프리카엔 스프링복이라는 산양이 살고 있습니다. 풀을 뜯으며 무리지어 살아가는 이 솟과의 포유동물에겐 비극이 하나 있다고 합니다. 뒤 쪽에 자리한 스프링복 무리들이 앞 쪽에 위치한 스프링복 무리들에게 풀을 뺐기지 않기 위해 앞으로 뛰기 시작할 때가 있는데, 그러면 모든 스프링복들이 선두에 서기 위해 다 같이 달리기 시작합니다. 나중엔 풀을 뜯어 배 채우는 일은 안중에도 없어지고, 단지 서로를 이기기 위해 앞으로 앞으로 거침없이 나아가게 됩니다. 결국 천길 낭떠러지로 우르르 떨어지고 말죠. 다시 말해 눈 앞의 이익에 사로 잡혀 목표을 잃어버린 채 공멸하고 마는 겁니다.
저는 재보궐 선거 지역구인 안산 상록을에서 이러한 스프링복의 어리석은 행태를 봅니다. 바로 김영환을 공천한 민주당을 두고 하는 말입니다. 민주당 김영환 후보는 한나라당과 함께 노무현 탄핵을 주도한 인물이고, 한때 한나라당 언저리를 배회한 심상찮은 이력도 갖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민주당이 김영환을 공천한 이유가 분명 있을 겁니다. 바로 안산시장을 지내 인지도가 높은 한나라당 송진섭 후보에 맞서 싸울 적임자로 김영환을 평가한 것이겠죠. 아시다시피 김영환 후보는 국민의정부 시절 과학기술부 장관을 지냈고 15, 16대 국회의원 경험도 갖고 있습니다. 이 정도면 대선 후보로 나선다해도 손색 없는 이력입니다. 물론 그 덕택에 김영환이라는 이름 석자를 들어보지 못한 사람은 별로 없을 겁니다. 송진섭에 맞서 싸워 상록을을 승리로 이끌 수 있는 적임자, 김영환 맞습니다.
그런데 민주당의 목표, 혹은 이념적 지향은 도대체 어디로 사라졌습니까? 바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김대중, 노무현 두 전직 대통령의 사진을 당사에 내걸고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의 실정을 심판하고 한나라당에 맞서 서민과 중산층의 이해를 대변하겠다고 다짐했던 민주당입니다. 김영환 후보를 내세워 이렇게 원대한 목표를 실현할 수 있을까요? 이번 재보궐 선거만을 두고 하는 얘기가 아닙니다. 다시 말해 당장 인지도가 높은 김영환 후보를 내세워 한나라당 후보를 이기는 게 능사가 아니라는 소리입니다. 단 한 번의 선거 승리로, 한나라당 후보를 이겼다는 사실을 두고, 한나라당을 심판했다고, 서민과 중산층의 이해를 대변하겠다는 민주당의 구호가 먹혀 들었다고 말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눈 앞의 이익보다 먼 미래를 내다봐야 합니다. 넓고 깊은 시야가 필요합니다. 민주당의 공천 철회, 혹은 임종인 후보로의 단일화만이 이번 선거를 승리로 이끌고, 더 나아가 2010년 지방선거에서도 야3당과 굳건한 공조체제를 유지해 민주개혁진영 후보단일화를 실현해 낼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서민과 중산층의 이해를 대변하는 정치인, 임종인을 승리로 이끈 공을 민주당이 가져가게 될 테니, 보다 진보적인 의제와 정책을 채택해 한나라당과 차별화하려는 민주당의 포지셔닝에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민주당은 하루빨리 스프링복의 비극을 되새겨 봐야 합니다.
아래는 10. 28 재보궐 선거를 분석한 한겨레21 기사(민주당의 소탐대실)입니다. 참고해주세요.
http://h21.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25891.html
이 글을 쓰고 있는 와중에 속보를 접하게 됐습니다. 임종인 후보와 민주당간 후보단일화 논의가 결렬됐다고 합니다. 부디 임종인 후보에 힘을 실어주시기 바랍니다.
# by | 2009/10/19 05:30 | 끄적끄적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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