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선거운동이 시작되던 첫 날, 임종인 사무실에 전화를 건 뒤 직접 찾아갔다. 그런데 지난 총선 때 임종인 후보와 유세 차량을 타고 다니며 선거운동을 돕던 젊은이들은 다 어디로 사라진 걸까? 그 모습이 너무 부러워 보여 이렇게 자원봉사자로 나서게 된 건데, 내 또래는 민노당원 단 한 명 밖에 없었다. 왠종일 중년의 아주머니, 아저씨들에 둘러싸여 있자니 회춘한 느낌도 들었지만, 뻘쭘한 상황이 시시각각 벌어지곤 했다. 다행히 며칠동안 계속 들락날락거리니 많은 분들이 젊은이가 고생한다고 알아봐 주시고 격려해 주셨다. 막판엔 내집처럼 편안하기까지 했으니 인간은 정말 적응하는 동물인가보다.
2.
둘째날부터 월피동을 담당하던 민노당원 여성 한 분과 함께 일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시의원에도 도전해 봤다고 하더라. 목소리가 예사롭지 않다고 느꼈는데 역시나. 운동권에서 활동하는 여성의 당차고 시원스런 목소리였다. 물론 이건 학창시절 운동권에 아주 잠깐 발을 담갔던 내 인상 깊었던 경험에 근거하고 있고, 어쩌면 편견일 수도 있겠다. 그 분은 사람을 대할 때 진심으로 대하려 노력했고, 남을 배려할 줄 알았으며, 상대방의 입장에서 얘기하고 어떻게 남의 얘기에 귀기울여야 하는지 알고 있었다. 선거에서 졌지만 좋은 경험이 됐다고 말할 수 있는 건 전적으로 그 분 덕이다. 좋은 사람을 만나서, 좋은 사람의 좋은 행동을 눈 앞에서 보게 돼 기쁘다.
3.
선거운동 기간 막바지엔 주로 잠재적 지지층에 전화를 걸어 한 표를 호소했다. 대부분은 귀찮아 했고, 일부는 화를 내며 다신 전화하지 말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그러던지 말던지. 난 다시 수화기를 들어 번호를 꾹꾹 눌렀다. 잠깐 동안 전화 영업을 해 본 경험 탓인지 마음의 상처쯤이야 홀가분히 날려버릴 수 있었다. 마인드 콘트롤을 할 수 있었다고 할까. 나중엔 전화 거는 기계가 됐다. "안녕하세요. 임종인 선거사무실입니다. 늦은 시간에 전화드려 정말 죄송하고요. 다름이 아니라 10월 28일에 우리 상록을 지역구에서 재선거하는 거 아시죠? 블라블라..."
4.
당연히 상록을 지역구에 사는 친구 몇 명에게도 전화를 걸어, 이번엔 내가 마음 놓고 무조건 임종인을 찍으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아니 사실 선거법을 위반하며 선심성 선거운동을 했다고 할까. 임종인이 당선되면, 채권채무관계가 있는 친구에겐 빚을 까주겠다고, 주말마다 공놀이를 같이 하는 놈들에겐 맛난 걸 사주겠다고 얼르고 달랬다. 선거운동을 도와주면 너한테 좋을 게 뭐냐고 따져 묻는 이에겐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라 그냥 얼버무리고 말았다. 거창하게 말할 자신이 없었다. 꼭 도사연할 거 같아서. 거창하게 말하지 않고도 이해시킬 수 있는 사람이 부럽다.
5.
민노당, 진보신당 당원들과 밥 먹을 기회가 두 번 정도 있었던 것 같다. 진보정당의 당원답게 그들의 생각은 진보적이었다. 하지만 가끔 불편한 순간이 언뜻언뜻 찾아왔다. 생각은 진보적이었지만, 말은 드문드문 불필요하게 현학적이었고 그래서 현실과 괴리된 채 대부분 쓸데없는 쓰레기가 되고 말았다. 진보적이라고 꼭 그렇게 말할 필요까진 없는데 말이다. 보수정당과 이명박 정권에 대한 비이성적인 분노도 신경에 거슬렸다. 나 역시 핸드폰 바탕화면이 "MB DIE"지만 어디까지나 유머일 뿐이고, 공석에서나 사석에서나 말을 가려서 한다. 그러나 적극적으로 현실에 참여해 자신의 삶을 직접 바꿔보겠다는 이들의 노력은 박수 받아 마땅하다.
6.
안산 상록을이 정치 1번지가 된 탓에 네임 밸류가 있는 브랜드 의원들의 연설을 한 곳에서 들을 수 있는 호사를 누렸다. 역시 직업 정치인들이라 술술술 말이 나왔고, 그 말이 솔솔솔 귀에 와 박혔다. 그러한 말의 성찬 속에서도 민노당 이정희 의원의 연설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연설의 콘텐츠야 다른 정치인과 별반 차이가 없었지만, 약간씩 떨리는 음색이 슬금슬금 가슴으로 기어들어왔다. 의도했건 의도치 않았건 그 살 떨리게 하는 음색은 어느새 진심이 담긴 연설이라고 내 가슴을 설득하고 있었다. 적어도 나만 그런 느낌을 받진 않았을 게다. 이정희 의원은 천상 정치인의 기질을 타고난 게 아닐까.
7.
선거 다음날 임종인 의원에게 문자가 왔다. 따로 문자를 주고 받는 사이라면 좋으련만, 그렇게 내밀한 관계는 아니고. 아마도 선거운동 기간 동안 사무실에서 한번쯤 손을 맞잡고 승리를 기원하곤 했던 모든 자원봉사자에게 단체 문자를 보낸 모양이다. "큰 성원 감사드립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임종인 올림" 자원봉사자의 헌신에 감사를 표하는 평범한 문자였지만 왜 이리 슬퍼 보이는지. 바로 답문을 보냈다. "2년 뒤 다시 자원봉사자로 뛰겠습니다. 하루쯤 슬퍼하시고 내일 털고 일어나세요. 이제 절차탁마 하셔야죠. 홧팅" 어떤 위로의 말도 쉽사리 위로가 되지 않겠지만, 할 일이 많은 사람은 곧 훌훌 털어버리고 다시 일어나는 법이다.
선거운동이 시작되던 첫 날, 임종인 사무실에 전화를 건 뒤 직접 찾아갔다. 그런데 지난 총선 때 임종인 후보와 유세 차량을 타고 다니며 선거운동을 돕던 젊은이들은 다 어디로 사라진 걸까? 그 모습이 너무 부러워 보여 이렇게 자원봉사자로 나서게 된 건데, 내 또래는 민노당원 단 한 명 밖에 없었다. 왠종일 중년의 아주머니, 아저씨들에 둘러싸여 있자니 회춘한 느낌도 들었지만, 뻘쭘한 상황이 시시각각 벌어지곤 했다. 다행히 며칠동안 계속 들락날락거리니 많은 분들이 젊은이가 고생한다고 알아봐 주시고 격려해 주셨다. 막판엔 내집처럼 편안하기까지 했으니 인간은 정말 적응하는 동물인가보다.
2.
둘째날부터 월피동을 담당하던 민노당원 여성 한 분과 함께 일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시의원에도 도전해 봤다고 하더라. 목소리가 예사롭지 않다고 느꼈는데 역시나. 운동권에서 활동하는 여성의 당차고 시원스런 목소리였다. 물론 이건 학창시절 운동권에 아주 잠깐 발을 담갔던 내 인상 깊었던 경험에 근거하고 있고, 어쩌면 편견일 수도 있겠다. 그 분은 사람을 대할 때 진심으로 대하려 노력했고, 남을 배려할 줄 알았으며, 상대방의 입장에서 얘기하고 어떻게 남의 얘기에 귀기울여야 하는지 알고 있었다. 선거에서 졌지만 좋은 경험이 됐다고 말할 수 있는 건 전적으로 그 분 덕이다. 좋은 사람을 만나서, 좋은 사람의 좋은 행동을 눈 앞에서 보게 돼 기쁘다.
3.
선거운동 기간 막바지엔 주로 잠재적 지지층에 전화를 걸어 한 표를 호소했다. 대부분은 귀찮아 했고, 일부는 화를 내며 다신 전화하지 말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그러던지 말던지. 난 다시 수화기를 들어 번호를 꾹꾹 눌렀다. 잠깐 동안 전화 영업을 해 본 경험 탓인지 마음의 상처쯤이야 홀가분히 날려버릴 수 있었다. 마인드 콘트롤을 할 수 있었다고 할까. 나중엔 전화 거는 기계가 됐다. "안녕하세요. 임종인 선거사무실입니다. 늦은 시간에 전화드려 정말 죄송하고요. 다름이 아니라 10월 28일에 우리 상록을 지역구에서 재선거하는 거 아시죠? 블라블라..."
4.
당연히 상록을 지역구에 사는 친구 몇 명에게도 전화를 걸어, 이번엔 내가 마음 놓고 무조건 임종인을 찍으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아니 사실 선거법을 위반하며 선심성 선거운동을 했다고 할까. 임종인이 당선되면, 채권채무관계가 있는 친구에겐 빚을 까주겠다고, 주말마다 공놀이를 같이 하는 놈들에겐 맛난 걸 사주겠다고 얼르고 달랬다. 선거운동을 도와주면 너한테 좋을 게 뭐냐고 따져 묻는 이에겐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라 그냥 얼버무리고 말았다. 거창하게 말할 자신이 없었다. 꼭 도사연할 거 같아서. 거창하게 말하지 않고도 이해시킬 수 있는 사람이 부럽다.
5.
민노당, 진보신당 당원들과 밥 먹을 기회가 두 번 정도 있었던 것 같다. 진보정당의 당원답게 그들의 생각은 진보적이었다. 하지만 가끔 불편한 순간이 언뜻언뜻 찾아왔다. 생각은 진보적이었지만, 말은 드문드문 불필요하게 현학적이었고 그래서 현실과 괴리된 채 대부분 쓸데없는 쓰레기가 되고 말았다. 진보적이라고 꼭 그렇게 말할 필요까진 없는데 말이다. 보수정당과 이명박 정권에 대한 비이성적인 분노도 신경에 거슬렸다. 나 역시 핸드폰 바탕화면이 "MB DIE"지만 어디까지나 유머일 뿐이고, 공석에서나 사석에서나 말을 가려서 한다. 그러나 적극적으로 현실에 참여해 자신의 삶을 직접 바꿔보겠다는 이들의 노력은 박수 받아 마땅하다.
6.
안산 상록을이 정치 1번지가 된 탓에 네임 밸류가 있는 브랜드 의원들의 연설을 한 곳에서 들을 수 있는 호사를 누렸다. 역시 직업 정치인들이라 술술술 말이 나왔고, 그 말이 솔솔솔 귀에 와 박혔다. 그러한 말의 성찬 속에서도 민노당 이정희 의원의 연설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연설의 콘텐츠야 다른 정치인과 별반 차이가 없었지만, 약간씩 떨리는 음색이 슬금슬금 가슴으로 기어들어왔다. 의도했건 의도치 않았건 그 살 떨리게 하는 음색은 어느새 진심이 담긴 연설이라고 내 가슴을 설득하고 있었다. 적어도 나만 그런 느낌을 받진 않았을 게다. 이정희 의원은 천상 정치인의 기질을 타고난 게 아닐까.
7.
선거 다음날 임종인 의원에게 문자가 왔다. 따로 문자를 주고 받는 사이라면 좋으련만, 그렇게 내밀한 관계는 아니고. 아마도 선거운동 기간 동안 사무실에서 한번쯤 손을 맞잡고 승리를 기원하곤 했던 모든 자원봉사자에게 단체 문자를 보낸 모양이다. "큰 성원 감사드립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임종인 올림" 자원봉사자의 헌신에 감사를 표하는 평범한 문자였지만 왜 이리 슬퍼 보이는지. 바로 답문을 보냈다. "2년 뒤 다시 자원봉사자로 뛰겠습니다. 하루쯤 슬퍼하시고 내일 털고 일어나세요. 이제 절차탁마 하셔야죠. 홧팅" 어떤 위로의 말도 쉽사리 위로가 되지 않겠지만, 할 일이 많은 사람은 곧 훌훌 털어버리고 다시 일어나는 법이다.
# by | 2009/10/30 04:14 | 끄적끄적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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