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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험생활 한 달을 뒤돌아보며


수험생활 한 달을 뒤돌아보며 동이카페에 올린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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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머리가 아파 잠을 깼습니다. 엊그제 추운 바람을 맞으며 결혼식에 다녀왔는데, 아무래도 그 후유증일 테죠. 지금 당장이라도 머리가 빵 터져버릴 것 같은데, 마침 타이레놀이 없네요. 이리저리 뒤척이다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컴퓨터 앞에 앉았습니다. 할 게 뭐 있겠습니까. 이참에 쉴 새 없이 달려온 수험생활 한 달을 각 과목별로 정리해봤습니다.




노동법

일말의 수사를 찾아볼 수 없는, 건조하고 투박한 문장이 노동법을 뒤덮고 있습니다. 노동법에서 형용사와 부사는 제 본분을 망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꾸며주지 않고, 그저 부연할 뿐이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법을 처음 대하는 초심자에게 노동법은 딱딱하고 묵직하게 다가오는 탓에 때때로 머리를 갸웃하게 만듭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노동법만큼 따뜻한 책도 없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위압적인 인상으로 좀체 사람들의 접근을 허용하지 않을 듯 보여도, 노동으로 축 처진 사람들의 어깨를 어루만져주는 유일한 보루가 노동법이기 때문입니다. 노동법이 호기롭게 근대민법의 기본원리인 사적자치의 원칙을 제한하지 않았더라면 아마도 이 땅엔 숱한 전태일이 아직까지 양산되고 있었을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꼭 노동법이 온정주의에 함몰돼 있느냐, 그렇지는 않은 듯 보입니다. 무조건 노동을 보듬는 게 아니라, 합리와 선의의 잣대로 최대한 엄밀한 판단을 내리려는 흔적이 곳곳에서 보이는 탓입니다. 노동법을 공부한 지 겨우 한 달 밖에 안됐지만, 덕분에 감정적인 편향이 다소간 씻겨 내려간 느낌입니다. 그동안 어쭙잖게 쌓아온 노동 관련 상식도 구체적으로 체계화되는 기회를 얻었고요.

동강을 들은 후 꼭 필기를 합니다. 필기를 하면서 이해를 하고 정리를 하거든요. 비록 따분하고 지루한 방법이긴 해도, 그리고 속절없이 시간을 잡아먹는 ‘불안한’ 방법이긴 해도, 무턱대고 회독수를 늘리는 방법보다 낫다고 봅니다. 일단 저 같은 왕초보에겐 노동법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물론 전체적인 체계를 잡기 위해 노동법을 몇 번이고 반복해 읽는 일도 분명 가까운 미래에 허겁지겁 거쳐야하는 과정일 겁니다.




인사관리, 경영조직

군더더기 표현이 넘실대는 혹은 주어와 서술어가 불일치한 조악한 문장이 떠들썩하게 잔치를 벌이고 있습니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고 했던가요. 우리가 읽어 내려가야 할 기본서의 분량에 비해 그 알맹이가 적이 부족하다는 얘기입니다. 물론 반평생 인사관리와 경영조직이라는 학문에 뼈를 묻은 학자들의 노고를 폄하할 의도는 없습니다. 하지만 감히 단언컨대 인사관리와 경영조직 곳곳에 깔린 그 성긴 문장들을 죄 들어내 손을 본다면, 우리가 공부해야 할 기본서의 분량은 상당히 줄어들 것이라 확신합니다.

“아무리 읽어도 공부한 게 머릿속에 남아 있지 않아요.” 인사관리, 경영조직에 대한 수험생들의 일반적 평이 이렇게 한가지인 이유가 다른 데 있지 않을 겁니다. 정의를 내리고 개념을 설명하는 대목에서, 한국인의 언어생활에 비춰봤을 때 읽어주기 심히 불편한 조어법을 거리낌 없이 사용하는가 하면, 군더더기 표현이 가득한 문장이 몇 군데만 수정된 채 이리저리 뒤바뀌며 한 문단을 이루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인사관리와 경영조직 수험서를 들출 때, 더러 짜증이 나고 심하면 육두문자가 튀어나오곤 하는 것이겠죠(저는 그렇습니다).

그래서 인사관리와 경영조직에 한해서 필기는 필수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 또한 그 거친 문장들을 하나하나 들어내고 수정하며 새로 책(?)을 쓰고 있습니다. 그렇게 고생하며 제 언어로 정리한 공책을 무슨 비기 읽듯 진지하게 들여다보면, 적어도 뜬구름 잡는다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게 옳은 방법인지는 자신하지 못하겠습니다. 필기가 필수라는 생각도 어디까지나 제 주관일 뿐이겠죠. 어쩌면 회독수를 늘리면서 인사관리와 경영조직의 전체적 지도를 그려나가는 게 빠른 방법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손가락이 아플 때 제가끔 해봅니다.




민법

민법을 공부할 때, 영어의 문법체계가 사뭇 부러워지곤 합니다. 영어 법서가 어떻게 생겨먹은 지 구경도 못해봤지만, 적어도 영어 법서에선 서술어가 주어 뒤에 바로 튀어나올 테니 문맥을 이해하기가 한국어 법서보다 한결 수월할 테죠. 고구마 줄기 엮듯 문장을 이어나가다가 한 문단이 끝나갈 즈음, 비로소 문맥 전체를 이해하는 키워드를 슬쩍 내비치는 게 우리나라 법서의 고유한 서술방식인 것 같습니다. 참 더럽죠. 하핫.

게다가 한자어로 된 개념이 여기저기서 판치고 있습니다. 신문에서 늘 보던 쉬운 한자어도 아닌지라 눈치껏 문맥으로 파악하는 수밖에 달리 방법이 없습니다. 포스트잇으로 결국 이해하지 못한 한자어로 된 개념을 적어놓았는데, 제 책상 한 쪽을 그 포스트잇이 뒤덮고 있으니 말 다했죠. 네이버 사전을 검색해도, 지식인에 물어봐도 쉽게 답이 안 나오니(좀 귀찮기도 하고), 잘 챙겨뒀다가 사시 공부하는 친구 놈한테 물어봐야겠습니다.

그래서 제게 민법은 가장 어려운 과목입니다. 한 문단을 이해하기 위해서 두세 번 읽는 건 기본이고, 그렇게 용을 써도 결국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제가끔 있거든요. 그럴 때면 마음 한구석이 찝찝해 넘어가기가 죽도록 싫은데, 계획상 진도는 나가야겠고, 진도를 뺄수록 찝찝한 기분은 더해만 가고, 아주 진퇴양난입니다. 이렇게 이해하기 어렵고 분량도 상당한 민법을 필기해서 정리하겠다는 생각은 애초에 엄두가 나지 않았고, 그래서 할 수 없이 회독수를 늘리는 방식을 선택했습니다. 그런데 어쩌죠. 아무리 읽어도 아직 까막눈입니다.




영어

현재로선 어휘만 외우고 있습니다. 저도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요. 방금 전에 본 단어도 가물가물합니다. 물론 엄살이고요. 저보다 나이 많은 분들이 이 카페에 수두룩할 텐데 당치도 않은 얘기죠. 그런데 졸음은 정말 고역입니다. 민법은 이해하긴 어렵지만 그래도 머리 굴릴 일이 있으니 점심 먹고 공부할 때 외엔 눈꺼풀이 감기진 않습니다. 하지만 어휘 외울 때만큼은 유별나게도 우기를 맞은 세렌게티 초원에 비가 쏟아지듯 졸음이 쏟아지곤 합니다. 어쩌죠. 정신이 들면 어휘 책에 침이 한 가득 고여 있습니다(농담이고요).




경제학

계획상 아직 손도 대지 않았습니다. 학창시절에 시험 대비로 정병열 경제학을 나름대로 재밌게 공부한 적이 있는데, 나중에 그때 기억이 새록새록 솟아난다면 더 바랄 게 없을 것 같네요.




이제 겨우 수험 생활 한 달째입니다. 그렇게 머리가 좋은 편이 아닌지라, 불안감을 덜 요량으로 의자에 앉아 있는 시간을 무턱대고 늘리고 있는데, 썩 좋은 방법 같지는 않습니다. 질보다 양이라는 식으로 공부하게 되면, 어쩔 수 없이 머리가 늘어지게 돼 효율이 붙지 않거든요. 다음부턴 한 시간을 하더라도 집중력 있게 공부해야겠습니다. 다들 열심히 합시다!


by 그냥 | 2008/12/04 03:48 | 골방수험일기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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