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그 : 노동법

계급 의식

'노동'이라 하면 육체노동만을 의미하는 듯하고 저항적, 전투적 느낌을 주는 데 비하여 '근로'라 하면 정신노동까지 포함하는 듯하고 순종적인 느낌을 준다. 그러나 그것은 어감의 차이에 불과하고 학문적으로 양자의 개념이 구별되는 것은 아니다. 이와 같이 '노동'과 '근로'가 동의어임에도 불구하고, 법령상 '근로자', '근로계약', '근로시간', '근로조건', '노동조합', '노동쟁의', '부당노동행위', '노동위원회' 등 용어의 통일을 기하지 못한 것(일본에서는 '노동자', '노동계약' 등 '노동'으로 통일되어 있다)은 남북분단 상황 아래서 가급적 '노동'의 용어를 피하려는 정치적 고려가 작용했기 때문인 듯하다.

임종률, 노동법(7판), 3쪽


노동은 아직까지 불순한 용어고, 막노동판을 떠올리게 하는 다소 '허름한' 표현이다. 그래서 노동자는 널렸는데, 자신을 노동자라 칭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근로자라 불리는 사람만이 넘쳐날 뿐이다. 더구나 생산수단을 소유하지 못한 대부분의 사람이 노동자일 텐데, 높다란 빌딩에서 양복을 빼입고 일한다는 이유로 사무직에 속한 숱한 사람은 저마다 경영자 마인드를 기르기 위해 갖은 애를 쓴다. 베스트셀러에 오른 경영서적을 꼬박꼬박 찾아 읽고, 족집게 강사의 강의를 듣듯 매주 CEO의 훈시를 빠트리지 않고 메모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이를 두고 누가 돌을 던질 수 있을까. 그것이 조직에서 살아남기 위한 밥벌이의 한 발로라면, 함부로 옳고 그름이라는 당위의 잣대를 들이댈 순 없다는 얘기다. 올곧이 계급을 의식하기엔 사회가 너무 황량하고 각박하다. 뭐 어느 시대가 안 그랬겠냐만은.

by 디제이 | 2009/11/26 01:18 | 골방수험일기 | 트랙백 | 덧글(2)

수험생활 두 달

동이카페에.. 수험생활 두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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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험생활 두 달




어영부영 벌써 두 달이 흘렀네요. 곰곰이 두 달을 정리해보니, 뒤도 안 돌아보고 열심히 공부했다고 말하기엔 부족하고, 그렇다고 설렁설렁 대충 훑어봤다고 말하기엔 살짝 넘치는 감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그럭저럭 남들 할 만큼만 공부했다는 얘긴데, 저처럼 이렇게 어중간하게 공부한 사람은 그간 나름대로 지난했던 수험생활에서 얻을 수 있는 게 별로 없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앞만 보고 달린 사람은 그만큼 공부한 성과가 있어 보람찰 테고, 멀뚱멀뚱 게으름을 피웠던 사람은 때늦었다는 생각에 더 열심히 공부하려 들 테니까요. 저는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회색분자지만, 다시 톺아보니 저 같은 사람이 왠지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이 슬금슬금 머릿속으로 기어들어오네요. 하하. 뭐 남는 게 없다면 이렇게라도 자위합시다. 앞으로 7개월이나 남았으니 말입니다.




노동법

노트 정리하면서 공부하느라 아직 1회독도 못했습니다. 이번 달 중순 정도에 노트 정리가 끝날 듯 보입니다. 지금까지 노동법Ⅰ, Ⅱ 공히 노트 2권씩이 만들어졌으니, 3권 째에서 완결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시 교과서를 보지 않아도 될 정도로 촘촘히 정리를 했으니, 노트 정리가 끝나고 나면 손쉽게 회독 수를 늘릴 수 있겠다고, 별 근거 없는 장밋빛 전망을 내려 봅니다. 으하하.

노트 정리하는 건 사실 별로 문제될 게 없습니다. 동영상 강의를 듣고 쟁점을 파악한 뒤, 선생님이 특히 강조한 부분을 위주로 꾸역꾸역 적어 내려가면 될 일이니까요. 문제는 불안감입니다. 중간 중간 쓰나미처럼 밀려오는 불안감과 싸워야 하는 게 제겐 더 커다란 난관이었습니다. 차라리 남들처럼 회독 수를 늘리는 게 낫지 않을까 하루에도 골백번 고민하게 되더라고요. 하지만 어쨌든 공부 방식은 사람마다 제각각이라는 결론을 내리게 됐습니다. 합격수기가 알려준 공부 방식을 참고할 수 있을지언정, 초중고 10여 년 동안 국영수를 공부하며 익힌 내 공부 방식이 아닌 다음에야 내 것으로 만들 수는 없겠죠.

노동법은 정말 재밌게 공부하고 있습니다. 공부가 짧아서 그런지 몰라도, 이해하기 어려워 쌍욕이 입 밖으로 튀어나오는 부분은 다행히 아직까지 없습니다. 더구나 조금 과장을 보태자면, 노동법은 짝사랑했던 어떤 처자처럼 볼수록 새롭고 신기한 구석이 참 많습니다. 세상에, 일하는 사람을 위해 손수 직조된 이렇게 빽빽하고 오밀조밀한 그물이 있었다니요. 놀랍습니다. 짝짝짝.




인사관리, 경영조직

역시 노트 정리하면서 공부하느라 아직 1회독도 못했습니다. 이 두 과목도 이번 달 중순 정도에 마무리를 지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인사관리, 경영조직 모두 노트 3권씩이 만들어졌고, 4권 째에서 끝을 보겠지요.

이 두 과목은 노트 정리할 생각이 전혀 없었는데, 회독수를 늘린다고 딱히 답이 나올 것 같지 않아 11월 중순에 눈물을 머금고 노트 정리를 마음먹었습니다. 제가 앞서 지적했듯, 개판 5분 전인 조어와 단어와 문장, 그리고 하나마나한 문장을 끝없이 되풀이하고 있는 문단 때문에 피 토하는 작업을 또 시작한 셈이죠. “눈을 부릅뜨고 읽어도 머리에 남지 않는 건 뭥미?” 아마도 그 조악한 서술체계 탓일 겁니다. 부러 노동법처럼 노트 ‘정리’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이해’에 방점을 찍어 그 못 생긴 조어와 단어와 문장과 문단을 힘겹게 들어내고 다듬었습니다. 노트 정리한 걸 보고 있노라면, 갓 태어난 아기를 바라보는 어미의 심정이지만, 그렇다고 이놈이 장차 효자 노릇 할 것 같진 않습니다. 자못 훌륭하다고 정평이 난 서브 노트가 수험시장엔 많이 있잖아요. 뭐 그 놈 또한 교과서를 이리저리 빼다 박은 것이지만.

학창시절, 경영학을 전공한 덕에 인사노무, 경영조직을 한 번씩 들여다 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때도 분명 “뭐 이 따위 게 다 있어? 삐리리~”라고 육두문자를 남발했을 겁니다. 하기 싫은 건 때려죽여도 안 하는 체질이라, 어쩔 수 없이 대충 출석만 하고 시험기간에만 바짝 벼락치기한 기억이 납니다. 그러고 보면 하늘도 참 무심하네요. 다음부턴 쳐다보지도 않을 것 같았던 학문을 또 다시 시험 때문에 손 대고 있으니 말입니다. 제가 그 옛날 진시황이었다면 분서갱유 우선순위는 이 두 과목이었을 겁니다. 재 하나 남김없이 확 불태운 다음에 그래도 남은 재가 있다면 냅다 먹어버렸을지도.




민법

민법총칙, 채권총론까지 1회독 했습니다. 제 수준에서 채권각론까지 나가는 건 무리더라고요. 여기저기서 두 달 동안 왜 1회독 밖에 못했냐는 걱정 어린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설마 또 노트 정리? 그건 아니고요. 굳이 변명하자면, “이해 안 되는 부분을 여러 번 훑느라 그랬어요.”라고 말하고 싶은데, 이를 감안해도 두 달 동안 민법을 다 보지 못했다는 건 수험생으로서 직무유기임이 분명하네요. 네, 그렇습니다. 민법은 두 달 동안 2회독을 계획했지만 가장 차질을 많이 빚은 과목입니다. 사실 민법은 말이죠. “너무 어려워요. 토 나와요. 재미없어요. 하기 싫어 죽겠어요.” 아, 그러니까 결론은 민법 2시간을 공부하느니 차라리 엎드려뻗쳐 2시간을 할 수도 있다는 얘기입니다.

가장 걱정스런 과목입니다. 짜증스런 인사노무, 경영조직과 함께 당당하게 비호감 과목 수위를 다투고 있습니다(노동법 빼고 다 싫어요^^;). 그래서 1차 과목임에도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 2시간씩 공부하기로 새해 계획을 짰는데, 지켜질지 모르겠습니다. 죽이 되나 밥이 되나 언젠가 해야 할 과목, 먼저 맞는 매가 낫다고 하니 울렁증을 참으며 한 자라도 더 봐야겠습니다.




영어

보카바이블 44챕터를 1회독 했습니다. 하루에 5챕터씩 보기로 계획했다가, 첫날 3챕터를 들여다봤고, 그 다음날부턴 겨우 겨우 1챕터씩. 이러면 안 되는데 안 되는데 하면서도, 계속 미련이 남아 전날 공부했던 챕터를 들여다봤기 때문이죠.

단어는 외우는 게 아니라 익히는 거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저는 이 말이 옳다고 봅니다. 그 숱한 단어들을 어느 세월에 하나하나 다 외우겠습니까. 그날 분량을 하나하나 다 외운다고 해도 며칠 후면 새까맣게 잊어버리고 말죠. 눈에 익혀서 반복학습을 하는 게 훨씬 빨리 외우는 지름길이 아닐까 합니다. 요놈도 계획에서 벗어난 셈이지만, 크게 걱정하진 않으려 합니다.




내일부터 GS강의를 들으러 아침부터 신림동으로 행차합니다. 고된 통학길이 불 보듯 빤하지만 어쩌겠습니까. 저보다 훨씬 더 어렵게 공부하시는 분들이 수두룩한데, 감히 툴툴거릴 수 있나요. 기축년 새해입니다. 이곳을 드나드는 모든 수험생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그리고 그 기운으로 마음 다잡아 꼭 건승하시길 바랍니다!


by 그냥 | 2009/01/03 00:22 | 골방수험일기 | 트랙백 | 덧글(0)

수험생활 한 달을 뒤돌아보며


수험생활 한 달을 뒤돌아보며 동이카페에 올린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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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머리가 아파 잠을 깼습니다. 엊그제 추운 바람을 맞으며 결혼식에 다녀왔는데, 아무래도 그 후유증일 테죠. 지금 당장이라도 머리가 빵 터져버릴 것 같은데, 마침 타이레놀이 없네요. 이리저리 뒤척이다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컴퓨터 앞에 앉았습니다. 할 게 뭐 있겠습니까. 이참에 쉴 새 없이 달려온 수험생활 한 달을 각 과목별로 정리해봤습니다.




노동법

일말의 수사를 찾아볼 수 없는, 건조하고 투박한 문장이 노동법을 뒤덮고 있습니다. 노동법에서 형용사와 부사는 제 본분을 망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꾸며주지 않고, 그저 부연할 뿐이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법을 처음 대하는 초심자에게 노동법은 딱딱하고 묵직하게 다가오는 탓에 때때로 머리를 갸웃하게 만듭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노동법만큼 따뜻한 책도 없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위압적인 인상으로 좀체 사람들의 접근을 허용하지 않을 듯 보여도, 노동으로 축 처진 사람들의 어깨를 어루만져주는 유일한 보루가 노동법이기 때문입니다. 노동법이 호기롭게 근대민법의 기본원리인 사적자치의 원칙을 제한하지 않았더라면 아마도 이 땅엔 숱한 전태일이 아직까지 양산되고 있었을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꼭 노동법이 온정주의에 함몰돼 있느냐, 그렇지는 않은 듯 보입니다. 무조건 노동을 보듬는 게 아니라, 합리와 선의의 잣대로 최대한 엄밀한 판단을 내리려는 흔적이 곳곳에서 보이는 탓입니다. 노동법을 공부한 지 겨우 한 달 밖에 안됐지만, 덕분에 감정적인 편향이 다소간 씻겨 내려간 느낌입니다. 그동안 어쭙잖게 쌓아온 노동 관련 상식도 구체적으로 체계화되는 기회를 얻었고요.

동강을 들은 후 꼭 필기를 합니다. 필기를 하면서 이해를 하고 정리를 하거든요. 비록 따분하고 지루한 방법이긴 해도, 그리고 속절없이 시간을 잡아먹는 ‘불안한’ 방법이긴 해도, 무턱대고 회독수를 늘리는 방법보다 낫다고 봅니다. 일단 저 같은 왕초보에겐 노동법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물론 전체적인 체계를 잡기 위해 노동법을 몇 번이고 반복해 읽는 일도 분명 가까운 미래에 허겁지겁 거쳐야하는 과정일 겁니다.




인사관리, 경영조직

군더더기 표현이 넘실대는 혹은 주어와 서술어가 불일치한 조악한 문장이 떠들썩하게 잔치를 벌이고 있습니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고 했던가요. 우리가 읽어 내려가야 할 기본서의 분량에 비해 그 알맹이가 적이 부족하다는 얘기입니다. 물론 반평생 인사관리와 경영조직이라는 학문에 뼈를 묻은 학자들의 노고를 폄하할 의도는 없습니다. 하지만 감히 단언컨대 인사관리와 경영조직 곳곳에 깔린 그 성긴 문장들을 죄 들어내 손을 본다면, 우리가 공부해야 할 기본서의 분량은 상당히 줄어들 것이라 확신합니다.

“아무리 읽어도 공부한 게 머릿속에 남아 있지 않아요.” 인사관리, 경영조직에 대한 수험생들의 일반적 평이 이렇게 한가지인 이유가 다른 데 있지 않을 겁니다. 정의를 내리고 개념을 설명하는 대목에서, 한국인의 언어생활에 비춰봤을 때 읽어주기 심히 불편한 조어법을 거리낌 없이 사용하는가 하면, 군더더기 표현이 가득한 문장이 몇 군데만 수정된 채 이리저리 뒤바뀌며 한 문단을 이루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인사관리와 경영조직 수험서를 들출 때, 더러 짜증이 나고 심하면 육두문자가 튀어나오곤 하는 것이겠죠(저는 그렇습니다).

그래서 인사관리와 경영조직에 한해서 필기는 필수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 또한 그 거친 문장들을 하나하나 들어내고 수정하며 새로 책(?)을 쓰고 있습니다. 그렇게 고생하며 제 언어로 정리한 공책을 무슨 비기 읽듯 진지하게 들여다보면, 적어도 뜬구름 잡는다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게 옳은 방법인지는 자신하지 못하겠습니다. 필기가 필수라는 생각도 어디까지나 제 주관일 뿐이겠죠. 어쩌면 회독수를 늘리면서 인사관리와 경영조직의 전체적 지도를 그려나가는 게 빠른 방법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손가락이 아플 때 제가끔 해봅니다.




민법

민법을 공부할 때, 영어의 문법체계가 사뭇 부러워지곤 합니다. 영어 법서가 어떻게 생겨먹은 지 구경도 못해봤지만, 적어도 영어 법서에선 서술어가 주어 뒤에 바로 튀어나올 테니 문맥을 이해하기가 한국어 법서보다 한결 수월할 테죠. 고구마 줄기 엮듯 문장을 이어나가다가 한 문단이 끝나갈 즈음, 비로소 문맥 전체를 이해하는 키워드를 슬쩍 내비치는 게 우리나라 법서의 고유한 서술방식인 것 같습니다. 참 더럽죠. 하핫.

게다가 한자어로 된 개념이 여기저기서 판치고 있습니다. 신문에서 늘 보던 쉬운 한자어도 아닌지라 눈치껏 문맥으로 파악하는 수밖에 달리 방법이 없습니다. 포스트잇으로 결국 이해하지 못한 한자어로 된 개념을 적어놓았는데, 제 책상 한 쪽을 그 포스트잇이 뒤덮고 있으니 말 다했죠. 네이버 사전을 검색해도, 지식인에 물어봐도 쉽게 답이 안 나오니(좀 귀찮기도 하고), 잘 챙겨뒀다가 사시 공부하는 친구 놈한테 물어봐야겠습니다.

그래서 제게 민법은 가장 어려운 과목입니다. 한 문단을 이해하기 위해서 두세 번 읽는 건 기본이고, 그렇게 용을 써도 결국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제가끔 있거든요. 그럴 때면 마음 한구석이 찝찝해 넘어가기가 죽도록 싫은데, 계획상 진도는 나가야겠고, 진도를 뺄수록 찝찝한 기분은 더해만 가고, 아주 진퇴양난입니다. 이렇게 이해하기 어렵고 분량도 상당한 민법을 필기해서 정리하겠다는 생각은 애초에 엄두가 나지 않았고, 그래서 할 수 없이 회독수를 늘리는 방식을 선택했습니다. 그런데 어쩌죠. 아무리 읽어도 아직 까막눈입니다.




영어

현재로선 어휘만 외우고 있습니다. 저도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요. 방금 전에 본 단어도 가물가물합니다. 물론 엄살이고요. 저보다 나이 많은 분들이 이 카페에 수두룩할 텐데 당치도 않은 얘기죠. 그런데 졸음은 정말 고역입니다. 민법은 이해하긴 어렵지만 그래도 머리 굴릴 일이 있으니 점심 먹고 공부할 때 외엔 눈꺼풀이 감기진 않습니다. 하지만 어휘 외울 때만큼은 유별나게도 우기를 맞은 세렌게티 초원에 비가 쏟아지듯 졸음이 쏟아지곤 합니다. 어쩌죠. 정신이 들면 어휘 책에 침이 한 가득 고여 있습니다(농담이고요).




경제학

계획상 아직 손도 대지 않았습니다. 학창시절에 시험 대비로 정병열 경제학을 나름대로 재밌게 공부한 적이 있는데, 나중에 그때 기억이 새록새록 솟아난다면 더 바랄 게 없을 것 같네요.




이제 겨우 수험 생활 한 달째입니다. 그렇게 머리가 좋은 편이 아닌지라, 불안감을 덜 요량으로 의자에 앉아 있는 시간을 무턱대고 늘리고 있는데, 썩 좋은 방법 같지는 않습니다. 질보다 양이라는 식으로 공부하게 되면, 어쩔 수 없이 머리가 늘어지게 돼 효율이 붙지 않거든요. 다음부턴 한 시간을 하더라도 집중력 있게 공부해야겠습니다. 다들 열심히 합시다!


by 그냥 | 2008/12/04 03:48 | 골방수험일기 | 트랙백 | 덧글(0)

고시학원의 도덕적 해이

고생스럽게 고시서적을 구하며, 동이카페에 올린 넋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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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서 달달한 밀크커피를 즐겨 마십니다. 블랙커피를 마시며 도도한 시늉을 내본 적은 결코 없습니다. 커피 한 잔의 여유를 느껴야 하는 순간에 짭쪼롬한 블랙의 맛은 싫거든요. 조금 싼 티 나는 거 압니다^^ 그런데 밀크커피 버튼을 눌렀는데 프리마가 들어있지 않은 블랙커피가 나온다면 기분이 어떨까요?

 

저는 며칠 전 어느 학원의 노동법 동영상 강의를 수강 신청했습니다. 선생님 강의 스타일이 제 취항에 맞았고, 정리가 잘 돼 있다고 소문난 임종률 노동법(7판)을 기본서로 강의를 진행했기 때문에 딱히 깊게 고민할 계제없이 바로 선택을 한 것이죠. 여기서부터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아무리 이리 살피고 저리 살펴도 임종률 노동법을 구할 수 없었던 까닭입니다.

 

저는 이 책을 구하기 위해 2박 3일간 말 그대로 육갑을 떨었습니다. 먼저 신림동 고시촌 서점들을 훑었습니다. 1, 2차 과목 기본서가 담긴 책가방 두 개를 짊어지고 생전 처음 와 본 곳을 헤맸던 것이죠. 길가에 자리한 대형서점들을 모두 한 번씩 들렀지만 다 나갔다고 하더군요. 그때 당시엔 그저 임종률 노동법의 인기에 고개를 끄덕일 뿐, 별 생각이 없었습니다. 그러려니 한 뒤 피곤에 지친 육신을 이끌고 집에 돌아올 수밖에요. 그 다음 날엔 고시서점 사이트와 대형 인터넷 쇼핑몰을 모조리 뒤졌습니다. 마침 인터파크에서 이 기본서를 팔고 있더군요. 그런데 계좌이체가 잘 됐는지 확인차 고객센터에 전화를 해보니, 이 책이 품절됐다며 돈을 돌려주겠다는 답변이 돌아 왔습니다. 그리고 오늘은 집 나간 자식을 찾는 어버이의 심정으로 대학가 고시서점을 직접 돌았지만 역시 헛수고였습니다. 출판사에 전화해보니 내년 봄 쯤에 새 판이 나온다고 합니다. 즉, 그때까지 출간 계획은 없다는 소리죠.

 

하지만 뜻이 있는 자에겐 길이 있다고 했던가요? 이렇게 진중한 표현을 제 경우에 빗대 죄송할 따름이지만, 정말 꿈을 그리면 이루어지더군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저어기~ 구석에 처박힌 고시서점 사이트를 클릭하게 됐는데, 그 곳에 단 한 권이 남아 있었던 겁니다. 바로 사장님께 전화드려 예약을 한 뒤, 몸소 이 놈을 모셔왔습니다.

 

이 놈을 모셔 오며 곰곰이 생각해봤습니다. 이 사태의 원인을 말이죠. 북극성이 길을 일러 주더군요. "학원의 도덕적 해이가 문제로다." 저는 분명 선생님 강의 스타일과 교재, 이 두 가지 기준에 의해 동영상 강의를 선택했습니다. 아마도 많은 분들이 저와 비슷한 잣대에 따라 동강을 선택했을 테죠. 그런데 이게 웬일? 커피와 프리마가 모두 든 밀크커피 버튼을 눌렀는데, 달랑 커피에 물만 탄 밍숭밍숭한 블랙커피가 나오더라 이 말입니다. 바로 프리마가 없었다는 얘기입니다.

 

교재가 없으면 강의를 제대로 이해하기 힘듭니다. 선생님 강의 스타일이 아무리 탁월할 지라도 말입니다. 부러 교재가 품절됐는데도 불구하고 최소한의 조치도 없이 온라인에 덜렁 강의를 올려놓는 건 학원의 도덕적 해이에 가깝습니다. 좀 과한 표현인가요? 그럼 조금 다듬어 보죠. 강의를 신청한 학생에게 무턱대고 품절된 교재를 어떻해서든 구해보라고 하는 건, '고객'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가 아닙니다. 다시 말해 교재 구하기가 어렵다면 학원에서 최소한의 조치를 취했어야 합니다. 몇날 며칠 땅 판다고 돈 나오는 것도 아닌데, 피땀 흘려 번 돈을 동영상 강의에 투자했으면, 학원은 학생들에게 그에 값하는 도움을 줬어야 합니다.

 

바로 이런 거?

강의를 신청할 학생들의 수를 염두에 두고 미리 임종률 노동법을 구해 놓거나

혹은 아직까지 이 기본서를 판매하고 있는 인터넷 사이트를 몇 군데 알아다 놓거나

아니면 품절된 교재가 다시 출간되기 전까지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자료를 만들어 놓거나

이도저도 안 되면 교재를 바꾸던가

또 있습니까? 편법이 몇 가지 있지만 어차피 다 알고 계실 테니 따로 말씀드리진 않겠습니다.

 

그러니까 결론은, 임종률 노동법이 품절돼, 고시서점 사이트와 대형 인터넷 쇼핑몰, 대학가 고시서점 등을 샅샅이 훑어도 이 책을 구하기 어려울 거라는 사실입니다. 이 책을 쌓아 놓고 파는 데를 아시는 분은 정보 좀 공유하도록 하죠(알라딘에서 11월 14일에 재입고 한다고 씌어있는데 신빙성이 없어 보이지만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흑흑. 결국 이 말이 제일 하고 싶었네요.

by 그냥 | 2008/11/10 01:05 | 골방수험일기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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